2013년도 농사 계획(고추)- 2
2013년도 농사 계획(고추)- 2
<홍고추>
이제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고추농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추의 건조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른바 태양초(양건 또는 반양건)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난제라는 것인데 소형 건조기만 갖고있고 아파트에 사는 내게는 언제나 현실적으로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어떤 해에는 늦 장마가 길어져 아파트 거실에 전기장판까지 깔아놓고 어떻게 하든지 고추를 말려보려 했으나 결국 전부 썩혀버린 적도 있었다. 한 번은 일차적인 건조는 잘 되었는데 제대로 태양초를 만들겠다고 아파트 옥상에 자리를 펴고 고추를 널었는데 그만 소나기를 만나 몽땅 도루묵 된 적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건고추 만드는 것은 완전 포기하였고, 홍고추를 수확하면 바로 커터로 갈아 냉동하는 방법를 쓰고있다.
고추의 일차 건조
귀촌한 절친 이웃, 포도밭 형님이 작년에 중형 고추 건조기를 구입, 설치하였다. 올해는 다행히(?) 구두로 이 건조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 놓았다.
그러나, 고추를 딴 후 2-3일간 숨을 죽여 숙성시킨 다음에는 건조기에 넣어야 할 터인데 한 대 밖에 없는 중형건조기에 그 분의 300평 규모 고추농사와 나의 40근 고추농사 물량을 어떻게 동시에 소화해 낼 지 모르겠다.
일단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태양초 만들기
또 다는 문제는 일차 건조한 고추를 태양초로 건조시키는 것이데, 주말농장은 주말에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 사는 나에게는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내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아파트 2층에 사는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인데, 1, 2호 라인 통로의 경비실 위에 있는 2평 남짓 슬라브 지붕을 고추 건조장으로 내가 전용해 보자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이 공간은 방범을 위해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즉, 사다리를 걸쳐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그렇다면,
우선 관리실에 허락을 얻어 놓는 조건으로,
나만 사용할 수 있는 맟춤형 간이 사다리를 만들어 이 지붕에 출입할 때에만 사다리를 설치하고 평소에는 제거해 놓으면 되지 않을까?
내겐 엄청 성가신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집에 없는 낮 시간 동안,
과연 나의 옆지기가 경비실 슬라브 공간 출입을 위해 위험한 곡예를 헌신적으로 수행해 줄지? 허락이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어쩜 올 해, 내, 외적으로 참으로 험난한 고추농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2층 에서 본 슬라브 지붕>
<2층 계단의 창을 통해 본 2층 슬라브 지붕, 이곳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출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