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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우남55 2018. 1. 20. 15:38

난곡(蘭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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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난곡"(관악구 난곡동)은 서울 외곽에 있는 약간 슬럼화된 지역, 도시빈민이 많이 살고 재개발, 철거민과 같은 부정적인 말이 연상되는 곳- 이것이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는 난곡이 아닌지 모르겠다.

"난곡"은 원래 거친 산머리 골짜기에 위치하여 있어 "낭곡"(狼谷, 늑대골, 이리내)이라 했는데 발음이 비슷한 "蘭谷"으로 차츰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저 멀리 여의도가 보이고, 난곡은 마치 어머니 품에 안겨있는 아기의 모습같다. 지금 이곳에는 어미 가슴에 못을 박듯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들 아파트만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다.)

- 사진작가 김영덕의 사진과 그의 설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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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울에 상경하여 우연히 난곡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참으로 반가웠었다.

서울에도 내가 자랐던 동네와 똑 같은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보통 동네 이름이 만들어 지는 것은 자연이나 인문적인 배경에 따르는 것이 통례이다.

즉, 지형의 특징을 따 짓거나 특산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빌리든지 또는 어떤 전해오는 사건에 유래하여 이름을 짓던지 또는 좋은 뜻이 있는 이름을 하나 선택하고 그 이름의 뜻과 같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네 이름을 짓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으면 개펄이 있는 동네라서 "개포동"이 되었고, 밭가는 노인이 도읍지 자리를 찾는 무학대사에게 십리를 더 가라했다는 곳이 "왕십리"가 되었고, 걱정을 잊으라고 "망우동", 효자 많이 나라고 "효자동" 이렇게 동네 이름들이 만들어졌다는 것.

 

우리 동네 난곡도 사정이 이와 비슷했을 터인데 그 이름의 유래를 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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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다만 내가 기억하건대, 동네 조무라기들이 모여 동네 이름의 유래에 대해 탐구한 적이 있었다.

 

"蘭"은 난초이니 옛날부터 난초가 많이 자라 "난곡"이란 이름을 붙였을 거라고 작은댁 형은 주장했다. 뒷산에 맥문동이 지천으로 있고, 큰집이나 작은집 화단에 상사화가 모두 있으니 틀림없이 이런 것들을 통털어 난초라고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 당시 우리들은 가을에 들판에 피는 비슷한 꽃들은 모두 들국화라 불렀으니 맥문동이나 상사화를 그냥 난초라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을 터이다.

 

나는 "서짓골" 냇뚝과 "시루미골" 냇뚝이 반달모양으로 길게 쭉 뻗어내려 한 곳에서 다시 만나므로 그 모양이 마치 난초잎 모양이 되어 난곡이라 했을 것이라 했었다. 작은 댁 형은 "임마! 어떻게 하늘에서 내려다 봤다고 그러냐? 그리고 난초잎이 두 개 뿐인 게 어딧냐? 하고 내 주장을 단박에 눌러 버렸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어린 우리들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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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는 것은 지금부터 10여년 전에 "강릉 蘭"이 바로 우리집, 혜재의 뒷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난은 동해안 최북단 한계에 자생하는 난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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