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용 무우
2013. 10. 2.
9월 10일, 겨우 무우씨앗을 파종하였다.
올해는 엄청 늦었는데 이렇게 늦은 사연은 이렇다.
김장 무우는 텃밭에서 매년 잘 되는 작물이라, 나는 늘 빼지 않고 심는다.
특히 무우는 나의 사상 체질에도 잘 맞는 식품이고, 무우로 만든 반찬을 뭐든 잘 먹는지라 나에게는 다다이익선일 뿐이다.
작년의 김장무우는 돌이켜보면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말농장에 알타리무우와 김장무우를 심었고, 다행히 처음으로 개간한 땅에서 싹이 잘 나서 어린 무우는 솎아서 열무김치도 한통 담가 먹었다.
가운뎃 줄에 심은 알타리무우도 제법 실하게 키워 먼저 뽑아 먹었었다.
주말농장은 해발이 250미터 정도 되는 지역인지라, 무우 파종이 크게 늦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우는 굵게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육질이 아주 치밀하고 탄탄하였고, 동치미를 담그어 먹었는데 무우의 싱싱함이 오래 가 겨울 내내 나의 입를 즐겁게 해 주었었다. 이러니 성공이랄 밖에...
지난 8월 24일, 올해도 성공 예감을 하고 주말농장의 긴 이랑 중의 한 줄, 즉 고추를 심은 두 이랑 사이에 있고 봄 감자를 심었던 곳에다가 작년에 심고 남아있던 무우 씨앗을 몽땅 뿌려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 주에 발생했는데, 떡잎이 잘 난 무우싹을 고라니가 전부 싹뚝 잘라먹은 것...
부랴부랴 그물망 울타리를 다시 세우고...
다음 주에 무우씨를 구해온다 하더라도 두 주가 늦은 꼴이되니 결국 헛고생으로 끝날 것인지라...
급한대로 무우를 심었던 자리에는 청갓 씨앗을 뿌리고 군데군데 빈 곳마다 쪽파를 심었는데...
아무래도 모양새가 소잃고 오양간 고친 격이 되었겠다.
그리하여, 올 가을 김장무우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었는데...
9월 9일, 직장에서 같은 텃밭농사를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가 2년이 넘은 무우씨라면서 거의 한 봉지나 되는 무우씨앗을 통째로 건네주는 것 아닌가!
에라! 열무로라도 뽑아먹자, 하는 마음으로 텃밭에 뿌렸는데, 마침 때 맞춰 비를 만나 싹이 기막히게 잘 났다.
<무우는 파종한 지 3주 지나면 최종으로 솎아준다>
3주된 오늘, 본 즉 열무로만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
무우를 솎아 세워주고 정성스레 북주기를 해 주었다.
앞으로 무우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은 고작 한달,
과연, 얼마나 크려나!
<10. 2. 현재의 무우>
<파종후 2일째>
<파종 1주 후>
<파종 2주 후, 1차 솎음>
<파종 20일 후, 2차 솎음 직전>
<파종 3주 후, 2차 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