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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 감은사탑

우남55 2019. 2. 2. 22:56

감포 감은사탑

2019. 01. 25.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답시기 표지>


아래는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993년 판, 153쪽부터,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중에서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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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사지 삼층석탑: 튼실한 2층 기단부에 삼층탑신이 체감하는 구조로 안전감과 상승감을 동시에 충족시킨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기본형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경주에서 감은사로 가는 아름다운 길(감포가도): 경주에서 토함산 북동쪽 산자락을 타고 추령고개를 넘어 황룡계곡을 굽이굽이 돌다보면 대종천과 수평으로 뻗은 넓은 들판길이 나오고 길은 곧장 동해바다 용당포 대왕암에 이른다. 이 들판 길의 좌측에 감은사 터가 있다.

대종천의 한 갈래는 기림사와 골굴암이 있는 함월산에서 흘러나온 것이고, 또 한 갈래는 토함산 동쪽을 맴돌다 내리뻗어 있는데 그 중간에 장항사지가 있다.

대종천은 1235년 몽고군의 3차침입시 황룡사 구층탑을 태워버리고 황룡사 대종(에밀레종보다 4배 더 무거웠다고 함)을 원나라로 가져가려고 운반하다 봉길리 앞바다에서 그만 물에 빠뜨려 가라앉았는데 이후 대종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낮은 산자락의 끝 용당리 마을 한쪽 감은사 터에는 석탑 한 쌍이 남아있고, 절터엔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감은사는 옛날에는 바다와 접한 절이었다. 감은사는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해 완공하였고, 부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감은사라 하였다.

감은사의 가람배치는 정연한 쌍탑일금당으로 모든 군더더기 장식을 배제하였다. 이러한 기본 조형은 발전은 불국사 석가탑에서 절정에 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석탑은 익산 미륵사지의 한 쌍 구층석탑이 최초이지만 거의 목조건축을 모방한 것이다. 이후 기단부와 각층의 몸돌과 지붕 그리고 상륜부라는 석탑구조의 틀을 보여준 것이 부여 정림사지 오층탑이다. 정림사탑은 우아하고 세련된 맛은 있지만 힘이 없다. 감은사를 조영하던 정신은 통일신라의 힘찬 의지의 반영이었으니 장중하고, 엄숙하고 안정되며, 굳센 의지의 탑, 삼층석탑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다. , 상승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요구됨에 따라 탑의 기단과 몸체의 확연한 분리가 필요했다.

감은사 삼층석탑은 기단을 상하 두 단으로 튼실하게 쌓고, 몸체는 1층을 시원스럽게 올려놓고는 2, 3층을 점점 좁혀서 상륜부 끝에로 이르는 상승의 시각을 유도하였다. 감은사탑은 그 크기 때문에 1층 몸돌은 한 장의 돌로 만들지 못하고 4개의 기둥 돌을 세운 다음 4장의 돌판을 붙여놓고 그 속을 자갈로 채웠다. 그래서 감은사탑은 오늘날 뱀의 소굴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지붕돌도 4장의 돌을 짜맞추다보니 그 선의 마무리가 거칠 수밖에 없다.

반면, 불국사 석가탑은 삼층석탑의 최고의 완성미를 보여주는데, 정제된 아름다움, 단아한 기품과 고귀한 덕성, 빼어난 미모를 모두 갖춘 이상미의 전형이 거기에 있다. 석가탑은 감은사탑에 비해 그 스케일이 3분의 2이지만 왜소함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의 축소였다. 석가탑은 1,2,3층 몸돌, 1,2,3층 지붕돌 등이 모두 각각 한 장의 돌로 되어있어 세련과 완결미가 빛난다.



<불국사 석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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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는 석굴암 관람을 마치고 감포로 이동하다 보니, 토함산 남쪽에 위치한 토함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리막길에서 좌편 길옆으로 장항리 오층석탑을 언듯 스쳐 지나온 것 같습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대종천 합류지점에 있는 한국전력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내비의 안내만을 믿고 새로 생긴 자동차 전용로에 진입했는데, 공교롭게도 바닷가 방향의 길이 차단되어 있어 경주방향으로 다시 돌아와 U-턴함으로 기다란 굴을 불필요하게 두 번이나 왕복하여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감포가도가 아직 잘 보존되어 있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감포로 가는 빠른 길과 느린 길이 있다는 것은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해질녁의 감은사 탑신을 보겠다고 일몰시간까지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아슬아슬하게 폐사지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 주변은 약간 황량한 듯 조용하였고,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한 쌍의 남녀가 계단을 내려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느티나무인 듯 보호받고 있는 고목 한 그루가 어스름에 보였는데 이 나무가 책에서 소개한 그 나무인지 모르겠습니다. 노을빛으로 인해 탑신이 약간 밝아져 보이는 듯한 두 탑과 노을 지는 산을 배경으로 하여 두 탑이 모두 들어가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유홍준 작가가 표현했던 장대하다”, “장중한 위세 앞에 주눅이 들어 오금에 힘을 쓸 수 없었다와 같은 그런 류의 대단한 감흥은 없었지만, 고즈녁한 폐허에서 긴 실루엣을 그리며 힘있게 서 있는 탑의 기품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즐 알았는데 서탑의 그림자 속에서 사진작가로 보이는 한 분이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맞춰놓은 듯, 탑신에 은은한 낮은 조명이 켜지는 것을 뒤돌아보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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